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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내가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

온갖 사연과 사정이 겹쳐서 다다른 그 위치가

내가 생각하는 나의 상태와 같은 사람

그게 내가 이 위치로 온 방법, 과정과 다르기만 하면 된다.

 

이게 내가 만나고 싶었던 사람이었던거 같다.

 

내가 뭔가 원하는 바가 있다면

그걸 비슷하게 원하는 사람에게 관심이 갔겠고

내가 뭔가 좋아하는게 있었다면

그걸 비슷하게 좋아하는 사람에게 관심이 갔겠는데

나는 대개 뒤돌아보고 그리움에 젖어있는걸 좋아했으니

저런 사람을 원했던 것일거고,

지금도 마찬가지일 거다.

 

똑똑함은 그걸 계산할 줄 아는 정도,

감성은 그걸 공감할 수 있는 정도,

딱 그정도면 되었겠지.

 

그래서 같이 마음을 다잡고 다시 세상을 살아나가보려는 생각을 하길 바랬던건지 모르겠다.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서로 위로하면서.

그런데 사실 누구에게도 진실로 당신이 그런 사람인지 확인해보려고 하지 않았던건

내가 나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에? 내가 나를 잘못 보고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그도 아니면 사실은 그마저도 상상으로 대체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에?

그 사람을 실제로 보기 전에 그 사람이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인가 알고 싶었고

그리고 나서 그 사람을 보면서 내 생각과 실제의 그 사람을 비교하며 즐거워하고 싶었기 때문에?

 

왜 그정도까지 나는 내가 만날 사람에 대한 기대 혹은 예상이 구체화되어 있었던 걸까?

그러는 한편 왜 끝까지 완성시키지 않았던 걸까?

 

결국 그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 그러면서도 반드시 존재해주길 바라는 기대.

쌓여온 기다림과 불안, 안타까움, 희망. 추상적이지만 실재하는 감정들이 있었다.

어느 정도는 그리고 좋아했었다. 그저 그대로의 그 사람을.

그리고 내 상태가 지금 같다면 결국 나타나지 않아도 그만이라는 만족까지도.

 

기다렸던 순간이 지금이라고 느꼈던 그때, 아마 여자를 만났다면

그땐 그런 사람을 찾았다고 생각했거나 혹은 찾아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상황은 새로운 만남이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고,

그래서 시작도 없이 끝났다.

 

같은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서 한때의 만족은 마치 최종적인 결론처럼 고정되어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내 정체성의 일부를 거기에서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정체성이 바뀌면 이 생각도 바뀔 것이다. 아마도.

그 어떤 의무도 지지 않는 지금 이 상태를 내가 느끼는 것이 달라진다면.

 

나는 나만 바라보고 있었구나 싶다.

애초에 다른 사람을 보고 싶었던 적이 없으며

다른 사람을 만나는 나를 생각하고 싶은 적도 없었다.

 

이미 다른 사람, 집단이든 개체든 간에 결론은 내려진 상태인가 보다.

다른 사람은 그게 누구건 간에 관심없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내가 그런 나를 위해 진정으로 해줄 수 있는 건 뭘까?

적어도 억지로 이런 나를 누군가 혹은 어느 조직에 밀어넣어주는건 아니라는 걸 알겠다.

혼자 걸어가야하는 길이 앞에 있는데.

걷기 시작하는 나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그건 부모도 아니고 돈도 아니고 매력적인 이성의 성적 이미지도 아니고...

무슨 물질적이거나 방법적인 도구도 아니다.

정서적인 위로나 위안도 아니고 공감도 아니고 믿음도 아니며

할 수 있다는 격려나 응원도 아니고

훈계도 아니고

do as you're done by... 이게 가장 가깝긴 하다.

 

무엇이 될 것인지 어디로 갈 것인지..

만나고 싶은 사람이라,

애초에 너의 기대를 말하는 것이었구나.

기대는 그런 것이겠구나 싶기도 하다.

 

실제 사람이라면 그게 궁금하겠네, 네가 나를 만나서 뭘 하고 싶은지.

나는 아무것도 모른채 모르는 곳에서 떠나는 모험을 생각하는데, 너는 무엇을 생각하는지.

 

그리고 사실은 웬만하면 떠나고 싶지 않을 것 같다.

그런 모험은 혼자도 힘들다. 다른 누군가를 챙기면서는 더 힘들다.

 

한편으론, 아무것도 하고싶은 것이 없는데도 떠난 모험이라는 게

인생이라고 해야하게되는건지도 모르겠다.

쫓겨나지도 무언가를 찾아서도 아닌데 떠나는 모험이라는 것이 존재하는가?

무엇으로 보고 무엇으로 판단하는가?

상황의존적이지 않은 무언가가 있을 수 있을까?

자꾸만 찾아낼 뿐이지 않을까?

 

맞으면 계속되고 틀리면 끝날뿐이라는 단순한 결론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지나온 이야기들도 한편으론 지금 돌아보는 눈의 문제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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