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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마 노래들을 듣다보니..

류이치 사카모토의 부고 이후

Rain, Merry Christmas Mr. Lawrence를 듣고

이루마의 Love me를 돌아

유희열의 표절 사건에 살짝 빠졌다가 다시 나와

고등학교 때부터 들었던 이루마의 다른 곡들을 듣고 있다.

 

River flows in you, 이게 제일 히트쳤던 곡인갑다.

그때도 그거 치는 친구들이 많았었고,

느낌 있으면서도 듣기 편했지.

Kiss the rain 이것도 감상적이고 듣기 좋네.

그때도 그리 다르지 않았어.

May be 이건 나도 한번 쳐보려고 살짝 도전해봤던 거 같은데.

멜로디가 더 귀에 익네.

It's your day는 상당히 쳤던 곡이야. 한번은 전부 외웠던거 같은데,

love me는 까먹어도 까먹어도 다시 외우고 또 다시 외웠는데

얘는 까먹는대로 그냥 까먹어버린 기억이 나.

 

돌아보면서 생각하면, 나도 참 바보같았다.

love me가 그렇게 가슴에 깊이 다가와 박혀서,

머리는 몇번을 까먹어도 손은 이제 잊을 수가 없도록 외워버린 것은

그 강렬한 충격, 운명적이라고 느낄 정도의 각인효과가 있었기 때문인데..

굳이 그런 곡을 몇번 더 만나보려고 했다면

나는 비슷한 피아노곡을 검색하는게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음악과 함께 했어야하는 건데.

아니, 그때도 그런 생각 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때도 난 love me 하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지.

이정도 난이도라면 이것도 쳐볼까, 하면서 잡은

이곡저곡들은 이제 너무나 완벽히 잊혀져서 말이야..

들으니까 그런게 참 실감이 되네..

 

너무나 작고 완벽한 세상을 꿈꿨던 것이 아닐까.

그냥 피라미드처럼 넓게 바닥에 1층을 쌓고

조금 더 좁은 2층을 쌓고

그 위에 조금더 좁은 3층을 쌓아

10층 즈음에는

내가 원한 그곳이 발닿는 곳에 있도록 하면 될텐데.

 

원한 딱 그 지점에, 그 좌표에 정확히 점을 찍어

그것만을 원하고 살아온 것인 거지.

 

그리고 정확히 딱 그것만이 남았으니..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그런데 정말로 말이야..

내가 인생에서 원한 건 그런 거였어.

데로드앤데블랑에서 아르카이제가 아르헬을 잃고

상심에 빠져 세상을 헤매다가

어느 길거리에서 한 노인의 연주를 듣게 되지.

원래는 자기 자신도 잘 다루는 악기의 잘 연주하는 곡이라

바로 알아챘을 곡의 이름을 한참 듣고서야 알게 돼.

그 노인은 그 곡을 지맘대로 연주했기 때문이야.

좋아하는 부분은 한없이 늘려버리고

싫어하거나 좋아하지 않는 부분은 대충 연주하거나

건너뛰어버리는 방식으로 연주하고 있었어.

아르헬을 잃은 슬픔에 빠져있던 아르카이제는 노인의 연주를 듣곤

자신의 인생도 그처럼 살 수 있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하지.

 

내 love me는 사실 그 노인의 연주에 가까워.

이루마의 love me랑 들어보면 사실 전혀 다를걸.

그리고 나는 나의 love me가 그 노인의 연주 얘기와

같길 거의 그때부터 바래왔을 거야.

데로드앤데블랑을 읽은 시기가 이 곡을 연습하기 시작한 때와

1년 정도도 차이나지 않을걸.

 

피아노란 악기는 아무데나 있고 어디서나 칠 수 있는 악기가

아니긴 해서.. 아쉽긴 하지. 그 노인의 악기는 기억은 안나는데

들고다닐 수 있는 무언가였던 걸로 기억하긴 해서.

 

이렇게 생각해보니 좋은 점도 확실히 있긴하네.

 

내가 이제 영원히 피아노칠 환경이 안된다면

나는 love me를 알고 있는걸까, 모르는 걸까.

love me는 결국 내게 아무 의미 없는 것이 되는 걸까,

아니면 love me는 오히려 지금부터 영원한 의미를 가진 것으로 남는 걸까.

 

오랜만에 여유로워서 너무 좋네.

오늘은 적어도 밤이 춥기 때문에 어딘가로 돈을 내고

실내로 들어가야할 이유는 없기 때문인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