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바람이 살짝만 밀어도 고요히 무너질것 같은 기분
그 상태 그대로는 그러나 힘들지도 고통스럽지도 않은 기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따라서
이곳이 추운 곳이면 추워할 것이고
고립된 곳이면 외로워할 것이고
무서운 곳이면 공포에 떨 것이고
따뜻한 곳이면 안온함에 젖을 것이다.
대신 힘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냥 흘러가는대로 흘러갈 뿐인 듯한 느낌.
어떤 면에서는 처연하고, 어떤 면에서는 무기력하고,
조금의 슬픔을 가진 듯하고,
어떤 미련이 있고, 머물고 싶은 마음이 있고..
바깥을 향한 약간의 두려움이 있고...
안을 향한 어떤 충실함이 있고..
어둠과 고요를 향한 바람이 있고,
삶의 냄새를 향한 짙은 비관이 있고..
어떤 종류의 우울이 함께하고..
당연한 것들을 내려놓는 손의 마지막 그 순간의 촉감이 남아있다.
삶에서 멀어져 홀로 있는 이곳은
그러나 원래 세계에서는 접할 수 없는 우주가 또 하나 펼쳐져 있다.
이 곳에서 나는 외톨이인 동시에 하나뿐인 신이다.
모든것은 내 의지에 따르는 것임을 아는 동시에,
구체적으로 무언가 하나를 바꾸는데 알고 있는 방법은 하나도 없는 곳이다.
이곳에서 모든 것을 시작할 수 있고..
또 모든 것을 끝낼 수 있다.
모순, 미지가 복잡하게 얽힌 외부와 달리 모든 것은 명료하고 단순하다.
하지만 결코, 이 안을 이 밖에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절대로 가능하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