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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 풍경

Aidalove8 2021. 9. 19. 15:50

복주산 달빛처럼 그려보려고 했다가 그만둘까 생각 중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발견한 감동이었다.

어느날인가 뭔가 그리고 싶은데 무엇도 그리고 싶은게 없는 상황이 되었다.

아무 기대없이, 그러나 아는 길도 넓히고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한강을 향해 청계천을 따라 자전거를 탔다.

 

그리고 청계천 하구 어딘가 돌다리가 있기에 중간쯤에 서서 개천을 내려다보았다.

오전 10시, 11시 즈음이었을 거다.

팔뚝만한 잉어들이 전부 줄서서 오전의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마치 함께 기도를 드리는 듯 등지느러미를 수면 위로 빼고

해를 향해 똑바로 멈춰 있는 것이었다.

 

상류를 향해서 물길 반대로 원래 서있는 건가? 해가 떠오르는 쪽으로 먹이를 찾는 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한참을 보고 있다가 돌아왔다.

 

그때만 그런 걸까? 그 다리로 몇번 다시 가봤지만 시간이 다르기 때문인지

같은 광경을 다시 보진 못했다. 같은 시간대에 가보면 좋겠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풍경에 전혀 예상 못한 감동을 느꼈다.

 

그려보려고 했지만 생각처럼 그려지지 않았다.

기껏 그려놔도 전혀 그 느낌이 들지 않는다.

다시 생각해보면 그건 그려서 보여줄 수 있는 감동이 아니었던게 아닌가 싶다.

본건 사실이지만 거기서 느낀 감동은 그저 내 상상의 산물에 가까웠던 것 같다.

어쩌면 늘 있는 그냥 정상적인 생물의 활동인데,

무식한 내가 그날 처음 그냥 그걸 보고 혼자 감동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 사실 어느쪽이든 상관없는지도 모른다.

오랜만이었다. 생각이나 설명이 아니라 느낌으로서 접하는 경건함은.

오전 10시 있어야하는 위치로 떠오른 태양,

개천을 너른 폭 어딘가 자신의 위치에 붙박이로 등지느러미를

드러내 반짝이며 멈춰선 물고기 떼.

한마디 말도 서로 나눴을리 없는데 엄숙하게 약속한 것을 지키는 듯하던 풍경은

가슴 속 무게를 신의 손길처럼 살짝 들어주고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