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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텔기우스

Aidalove8 2023. 4. 28. 14:30

 

적색초거성 베텔기우스

지구와 태양 사이의 공간을

모두 채우고도 한참 남는 거대한 항성

지구의 만물을 살리고 잠재우는 태양에 비교하자면

엄청난 에너지 방출하지만

그만큼 훨씬 더 짧은 별의 수명을 가진다

 

우리의 삶, 우리의 관계, 우리의 시간, 우리의 만남

그건 더없이 소중한 것

우리의 만남이 있기 위해

인류가 만들었던 사회, 언어, 문화, 종교, 역사...

그것들은 우리에 비하면 잊혀지지 않을 것이지만

지금 우리의 만남이 방출하는 에너지에 비하면 오히려 미미한 개념들이다

 

멀고먼 옛날 그저 피할 수 없는 자연의 재앙에서

살고싶어 내짖은 구원의 부름을 담은 한사람의 울음에서

섬세하고 유려하며 애절한 지금의 노래에 이르기까지,

변하지 않는 것들은 그걸 본 사람들의 손에 남겨졌어.

 

태양이 낸 빛은 순간이면 이 땅에 도달하지만

적색초거성이 쏘아낸 빛은 640광년을 달려서 이 땅에 도달한다.

하지만 둘은 모두 사람이 빛을 만났고

빛으로 세상을 보겠다고 정했기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같아.

 

아주 오래 전 작은 내게 영원한 베텔기우스를 선물한 사람을 보고 싶어.

그 사람은 먼훗날 자신으로 인해 베텔기우스를 알게 될

또다른 한사람을 상상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알게되는건 변하지 않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뿐만이 아니라

때로 그것들은 정말 너무나, 너무나 멀어서

손에 잡히지 않는 곳에 있다는 것.

설령 내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그것들은 그저 거기서 머물 뿐이라는 것도.

 

코앞에서 비추는 태양은 때로 나를 너무 재촉해.

나를 살리는 온기를 뿌리지만, 힘들어할 때마저도

그는 때가 되면 거두기를 주저하지 않아.

 

베텔기우스, 너는 아주 오래전 떠난 둥지를 생각하게 만들어.

베텔기우스, 네가 나의 어리석음을 위로하겠지.

베텔기우스, 네가 있어 나를 깨우치겠지.

 

얼마 전 이 땅을 다스리던 왕은

모두 행복하게 하기 위해 지금 쓰는 글자를 만들어냈다지만

이제 나는 그때 이전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글들은 읽을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어.

 

내가 절망하지 않게하는 것

내가 좌절하지 않게하는 것

스스로 떠난 둥지를 돌아보지 않게하는 것

그건 자기 떠난 곳에서 수백광년 떨어진

내 눈 안으로 떨어져내리는

베텔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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