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아에 대한 나의 중간 평가? 리뷰?
1
이제 한달은 좀 넘게 했으려나..
하고있던 여러 종류의 게임 대신 할만할 걸 찾다가
게임계 정말 많은 이슈 속에서
어떤 문제에도 휘말리지 않은 로아가 돋보였던 까닭에
할만한 게임인지 알아보려고 시작했다
할만한 게임인지 아닌지에 대한 나의 기준은
내가 주관적으로 재미있다고 느낄 수 있는지,
또 재미를 위해 쓰는 시간 외에
내가 뭔가 더 기여하고 대가를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두 부분에 대한 것이다
미리 따로 정보를 찾아보고 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내가 정확히 로아가 가진 여러 요소 중 얼마큼을 알고 활용하며
게임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남은 스토리가 있는 지역은 파푸니카와 베른 남부 뿐이고,
1100레벨이 되면 로아 내 최고 티어 장비를 착용할 수 있게 되므로
이 정도면 중간 정도까지는 온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로아에 대한 내 생각을 말하기에 앞서 MMORPG 게임을 해본 내 경험은 아틀란티카가 유일하다.
하다말다 하다말다 하긴 했지만 올해 초에도 몇달 했었고...
아틀란티카나 로아같은 MMORPG를 시작하면 초반에 정말 배워야 할 것이 많은 걸 알아서
보통은 시작하기에 엄두를 못내기도 하지만,
이런 게임이 뭔지는 알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상태다.
물론 2008년의 아틀란티카에서 2018년의 로아로 넘어간다는 건 그냥 원래 하던 MMORPG 게임을
바꿨다는 거랑은 전혀 다른 얘기란 걸 알아서,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편견없이 시작했다.
2
핵앤슬래시 장르를 전혀 몰랐다.
내 세대에 그 장르에서 디아블로가 유명했다는 건 알았지만
난 플레이하는 화면을 보고도 별로 흥미가 생기지 않았었고
그래서 로아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고정된 화면에서 이리저리 몹을 모아서 죽이는
전투를 보고는 좀 안맞다는 생각을 했다.
템 레벨이 좀 오르고 베른까지 스토리도 진행한 후
거대한 보스 몬스터를 잡는 가디언 토벌을
솔플로도 해보고 매칭으로도 해보면서도
전투에서는 전혀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가디언 던전을 해보고 그나마 핵앤슬래시의 재미에는 이런 게 있다는 건 느낄 수 있었다.
수십 수백마리의 몹이 달라붙는데 내 캐릭터가 돌아다니면서
적을 완전히 박멸해버리는 모습에서 어떤 통쾌함, 카타르시스 같은 게 생기는 걸 알 수 있었다.
이건 턴제RPG였던 아틀란티카에서는 당연히 느끼지 못했던 것이고,
롤에서는 피들스틱 같은 챔피언으로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를
훨씬 스케일을 키워놓은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3
그래픽, OST에 대한 기대는 없진 않았으면서도 특별히 크지도 않았다.
OST는 로아를 하기 전에 홈페이지에서 전부 다운을 받을 수 있게 해놓은게 신기해서
전부 다운해서 조금씩 들어봤는데,
그 자체만으로 정말 마음에 드는 곡은 없었다.
그래픽은 2018년 게임이니만큼 엄청 좋으리라는 건 알았는데,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MMORPG를 아예 해본 경험이 없는 탓에
기대치를 내가 설정할 수가 없었다.
AAA클래스의 일본, 미국 게임하고 비교할건 아닌듯 하면서도
2008년 아틀란티카의 그래픽이 나올거라고 생각하진 않으니까..
OST는 현재까지 플레이하면서 정말 좋았다고 생각한 곡은 별빛 등대섬 OST다.
대사와 바다, 밤하늘, 빛무리의 그래픽도 정말 괜찮아서
별빛 등대섬 퀘스트를 클리어하는 장면은 상당히 임팩트를 남겼다.
로아의 그래픽은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는 것 같다.
카던에서 여러 기술로 잡몹을 쓸어버릴 때나,
별빛 등대섬 꼭대기에서 보이는 바다가 그렇듯 그래픽이 참 화려하다.
포탈이나 차원 균열 등 초자연적인 빛무리의 색감이 예쁘고 임팩트가 있다.
하지만 디테일한 부분에서는 조금 불만이 있다.
캐릭터 모델링에서 허벅지가 골반을 뚫고 움직이는 거나,
무기나 옷이 머리카락을 뚫고 움직이는 것,
캐릭터들이 서로 대화를 하고 감정을 주고 받는데
얼굴 표정은 만들어붙인 인형처럼 똑같다던가..
사실 굳이 내 캐릭터를 줌 땡겨서 움직임을 본다던가
컷신을 그다지 집중해서 보지 않는다면
캐릭터의 조그만 부자연스러운 움직임 같은건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또 사실 현재까지 게임을 하면서 이 게임의 핵심은
그런 부분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것도 알 것 같다.
개인적인 취향 면에서의 얘기 같지만, 나는 그런 쪽이 더 좋은 것 같다.
캐릭터로 뭔가를 할 수 있다, 뭔갈 가질 수 있다, 이쪽보다는
이 캐릭터의 이야기에 조금더 몰입하는데 방해되는게 적었으면 좋겠다, 이쪽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4
로스트아크의 메인스토리 서사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의 목적은 단순하다.
옛날에 악마들과 전쟁이 있었고, 다시 악마들이 부활했고,
옛날 그들과 싸워 이겼을 때의 힘의 조각인 아크를 모두 모으기 위한 모험가로 선택되었는데
불만없이 열심히 찾아다니고 있다.
바다 중앙 아래쪽 섬, 혹은 대륙의 아르테미스에서 시작해
유디아 -> 루테란 -> 토토이크 -> 애니츠 -> 아르데타인 ->
베른 -> 슈샤이어 -> 로헨델 -> 욘 -> 패이튼까지 대장정을 돌고 있으며
앞으로 파푸니카와 베른 남부까지 돌아야 한다.
서사에 한가지 불만이 있다면 주인공 얘기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아르테미스에서 고대에 사라진 악마가 다시 출몰하고
루테란에서 쿠데타로 왕자가 쫓겨나고 복위하는 사건이 생기고
애니츠에서는 유서 깊은 비무 축제에 악마가 개입하고
척박한 아르데타인에서 진화를 연구하던 최고 관료가 위험한 시도를 하고
베른 북부에서는 100년전 어둠군단과 태양의 기사단의 전투가 재현되고
슈샤이어에서는 대규모 노예상과 여명단이 싸움을 벌이고
실린의 고향 로헨델은 악마들의 군단장의 침공을 받게 되고
욘에서는 고대의 마검이 깨어나는 사고가 발생하며
패이튼에서는 데런들의 광기를 억누르고 카오스 게이트를 막아서는
그 사이에 모험의 목적을 위해 끼어들어가는 건 좋고,
그 과정에서 전투와 전쟁의 스케일의 표현과 묘사,
화려한 시각효과와 액션도 좋지만..
정작 내 캐릭터는 왜 그 모든 지역의 그 싸움에 찾아들어가는지,
그럴만한 이유는 뭔지, 그 뒤에 하고 싶은 건 뭔지..
그런 것들을 설명해주거나 알게 해주는 부분이 없는 것 같다.
그런 거야 상상하기 나름이고 플레이하는 당사자에게 맡길 수도 있는 거라고 하면
뭐 그냥 그런 거긴 하지만.
그리고
또 하나는 어떤 분쟁지역으로 가든...
비무제에 참여하면 우승, 쿠데타에는 복권 일등공신, 사고나 음모가 있는 곳에선 해결사.
단순하게 흘러가니 스토리는 뻔해지고 가는 곳마다 직책이 하나씩 생기고 저런 인사를 받는게
내 취향에는 좀 안맞는다 싶었다.
5
게임의 큰 기둥은 전투, 메인/사이드 스토리와 연출, OST, 그래픽(캐릭터, 배경, 스킬) 정도인 것 같다.
그 이외의 나머지는 지엽적인 부분으로 좋으면 더 좋지만 나빠도 그 게임을 하거나
하지 않거나 하는데 큰 영향은 없다고 본다.
하지만 얘기하고 싶은 정도로 좋았던 부분이 로아에 몇개 더 있다.
그 중 하나는 생활이다.
일상에서도 나는 먼산보기를 좋아한다. 너무 희미하지 않은 정도의 거리에 녹색으로 덮인 산이 솟아있으면
잠시만 볼 때도 있지만 한 시간 정도 보고 있기도 한다. 꼭 산이 아니어도 그렇게 몰입해서 보고 있을만한 건물이면
건물 같은 것도 좋다. 그렇게 보고 있으면 마음이 비워지면서 드는 편안한 느낌을 좋아한다.
로아 생활 중 낚시는 그렇게 먼산 볼때와 뭔가 비슷한 느낌이 들어서 좋다.
그냥 타이밍 맞춰서 e를 두번 누르는게 끝이지만, 현실의 낚시와 비교하기엔 너무 단순할 뿐이지만...
수려한 물을 표현하는 그래픽과 사운드, 제스처도 꽤 완성도 있게 구현해놓은 탓인지
그냥 하면서 보고 있으면 기분이 나쁘지 않다.
섬에서 하는 활동 중에도 생활과 비슷한 것이 있는데 예를 들면 에스텔라 섬이 있다.
하는 것은 그냥 돌아다니며 별 조각을 줍는 것뿐이지만,
OST와 부드러운 그래픽에 취하면 그렇게 있는 것도 나름 기분이 좋다.
하고 있다보면 현실에서 저런 섬이 있다면 별 줍는 알바나 하며 사는 건 어떨까 싶기도 하다.
생활의 경우 얼마나 필수적인 것인지는 사실 아직까지의 플레이로는 잘 모른다.
하지만 가끔은 그냥 생활이 좋아서 게임을 킬 수도 있을 것 같은 정도로 좋은 것 같다.
6
이벤트로 나오는 미니게임들이 의외로 상당히 재미있고 완성도 있는 것 같다.
이번 여름에 나오는 이벤트 미니게임들은 나루니 레이싱, 워터팡 아레나, 맘스펀치, 바리스타 4개였는데,
모두 나름대로 재미있는 요소를 가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좀 낯설지만 한두번 참여하다보면 감이 잡히고
그 후에는 익숙하게 섞여서 즐길 수 있는 느낌이다.
레벨이 말로는 1060이라지만 플레이어간 협동이 필요한 컨텐츠는 거의 없었다.
PVP 섬은 섬의 마음을 먹기 위해서 잠시 들어갈 뿐이고,
증명의 전장은 아무때나 내가 원해서 할 수 있는게 아니고,
가디언 토벌이나 카오스 던전은 템레벨을 올리는 것으로 해결이 가능하며
카오스 게이트는 아직 참여할만한 레벨도 아니다.
섬에서 가끔 만나는 협동 이벤트, 혹은 항해 협동 정도인데
그런 종류의 재미가 이 이벤트들에는 있는 것 같다.
나루니 레이싱이나 다른 이벤트 미니게임도 엄청 특별하다기보단 다 어디선가 보고 해본 느낌의 미니게임들이지만
로아 안에 잘 녹여낸 것 같아서 별다른 위화감 없이 즐기게 된다.
7
처음 로아의 커스터마이징을 봤을 때는 조금 놀랐다.
3D 캐릭터 모델링 수준이 AAA클래스 게임과 비교해도 그렇게 손색이 없어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눈썹 높낮이, 미간 너비 등 전혀 기대하지 않는 부분까지 지원되는 것도 엄청 세심한 느낌이었다.
이래저래 머리와 얼굴 피부 색 등등 조합해보며 달라지는 캐릭터의 느낌을 체감하는 재미가 꽤 있었다.
그리고 조금 지나선 의문도 좀 들었다.
아주 세심한 구석에서 디테일한데 오히려 이정도면 이런건 당연히 있겠는데 싶은 것은 또 없었기 때문에..
예를 들면 팔다리 길이를 줄이고 늘리거나, 살을 찌게하거나 마르게 하거나, 넓적한 체형과 좁은 체형,
또 피부색도 완전히 자유로운 줄 알았는데 이런저런 제약이 있다거나 하는 등.
물론 주인공은 실린, 무도가, 데런, 헌터 이런 종족들에 속한다는 설정이 있긴 하다지만...
데런이라고 모두 마르고 헌터라고 모두 키가 크고 이렇지는 않을 것이고
사실 종족을 구분해놨지만 인게임에서 이벤트를 진행하는데 전혀 차이를 발생시키지 않기에
살짝 아쉬운 부분이 있긴 했던 거 같다.
아바타의 구성에 있어서도 조금 아쉬움을 느꼈다.
아바타는 결국 패션이고 내 취향을 엄청 타는 문제라고 생각은 하지만...
거래소에 올려진 아바타를 보고 선택의 폭이 너무 적다고 느꼈다.
아마 아바타, 룩에 관한 내 관심은 로아가 신경쓰는 것보다 훨씬 큰 것으로 생각했다.
로아가 시점 고정인것이 아쉽다고 느낀 부분도 나는 사실 여기였다.
아바타 선택지도 넓지 않은데 시점까지 고정이라 사실 아바타와 커스터마이징을 잘 해도
여러 시점에서 그 느낌을 체감해보는게 어렵고
또 그런 면에서는 컷신도 이런 부분을 배려해주지 않기도 한다.
한편 좋았던 것은 외형 변경이 유료 혹은 이벤트 배포이긴 하지만 언제든 가능하다는 점이다.
게임을 해나가면서 캐릭터가 움직이고 상호작용하는 걸 보면서 외형변경을 통해 한번씩
더 내가 원하는 방향, 느낌을 깨닫고 적용해나가는 것이 재미있다.
8
로아를 하면서 내 첫 목표는 내가 원하는 아바타를 입은 내가 원하는 커스터마이징의 캐릭터들을 가지는 것이었다.
난 어쩐지 아바타라는 건 착용 아이템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커스터마이징의 연장선상에서
내 캐릭터의 표현 수단에 가깝다고 생각되어서 그걸 완성시켜두고 게임을 진행하고 싶었다.
내가 원하는 구성의 아바타는 캐시샵에서 팔리는 것도 있었지만 팔리지 않는 것도 있었고,
거래소에서 보여주는 화면상으로 만족하더라도 실제 착용하고 이동 시에도 만족할지 알 수 없었으니
막 루테란 성에서 거래소를 개방한 뉴비에게 쉬운 목표는 아니었다.
그래서 우선은 게임의 메인스토리를 따라가보며 어떻게 그런걸 할 수 있을지 알아가보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느낀게 2~7 까지의 내용인 것 같다.
세련되고 화려한 그래픽, 그런데 뭔가 정성이 부족한 듯한 서사,
의외로 만족스런 아기자기한 이벤트 미니게임과 편안한 기분을 주는 생활,
이건 내 취향 문제임이 분명하지만 어쨌든 별로인 컷신과 행동 시 부자연스러운 캐릭터의 움직임, 표현.
로아가 좋은 게임인지 아닌지는 아마 게임을 그만둘때까지 모를 수 있고 몰라도 상관없는 것 같지만,
어쨌든 내겐 사람들이 말하는 갓겜도 망겜도 아닌 그냥 게임인 듯 하다.
그리고 지금은 원래의 내 목표를 달성하는 몇가지 방법을 알고 있다.
하나는 다른 것들은 신경쓰지말고 성장 지원이 허락되는 선까지 그냥 고속 템렙업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갈 수 있는 던전을 가서 보상을 경매장에 팔고 그 골드로 아바타를 사입어보고 팔고 할 수 있는 것.
여러 컷신과 스토리를 아바타를 착용하고 보고 싶다면 새 캐릭터를 만들어서
아바타를 넘기고 스토리를 진행하면 된다.
또 하나는 생활을 이용하는 것. 어차피 여러 세트의 아바타를 여러 종족 캐릭터가 착용할 거니까
캐릭터를 여럿 만들고, 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이다. 결국 나중에는 배럭도 필요하고 또 플래티넘 필드에 입장할 때,
고렙의 생활스킬이 필요하므로 이렇게 접근할 수도 있다.
어차피 생활의 결과물들은 저렙의 캐릭터가 할 수 있는 고효율의 생산활동이기도 하니까.
만능열쇠 캐시로도 쉽게 해결할 수 있긴 하다. 그냥 골드를 사서 입고벗고하면 사실 제일 편하긴 하다. 골드 산게 아쉽다면 나중에 캐릭터 키워서 팔면 되지 뭐...
첫 목표는 이런 저런 시도와 이런 저런 깨달음 속에서 이루어졌다.
로아를 시작한 동기 중 하나인 재미를 알아보는 건 지금까지의 과정으로 어느 정도 알아보았다고 생각이 든다.
템레벨을 3티어로 올리고 남은 스토리를 클리어하고 또 던전을 돌고 하는건 두번째 동기에 따라 아마 하게 될 듯 하다.
로아 플레이의 중간 점검이라고는 하지만 게임의 시스템이나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은 하나도 들어가있지 않은 것은
그런 탓인 부분도 있다.
2티어 템레벨까지는 다중접속 RPG라고 해도 사실 다른 유저와의 협동, 갈등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템레벨이 안되서 못하는 건 못하는 거고, 되는데도 안되는 건 그냥 템레벨을 높이는게 만능열쇠가 된다.
하지만 3티어에서 엔드 스펙이 가까워질수록 다른 유저와 협동하고 갈등할 여지가 생기고,
기여할 것도 싸울 것도 생길 텐데..
로아 유저는 어떤 사람들인가, 그리고 시스템은 유저들 간의 여러 이슈를 어떻게 연결하고 중재하고 있는가,
그런 것들이 관심을 끌고 최종적인 게임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하게 도와줄 것 같다.
-------
소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