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장 1절
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까.
하나도 정리되지 않은 이야기이고, 어제까지만 해도 전혀 생각조차 없던 이야기다.
그럼에도 망쳐서는 안되는 이야기, 다시 쓸 수도 없는 이야기야.
그럼 지금은 지금의 이야기만 할게.
너무 오래된 이야기는 기억의 렌즈를 점검해봐야하고,
미래의 이야기는 꺼내기엔 너무 비어있다.
난 대학을 10년만에 졸업한 후, 1년 반 정도에 걸쳐서
보기 싫은 일에는 눈을 닫고, 듣기 싫은 일은 귀를 닫고,
세 마디 이상 사람에게 말을 꺼내지 않고 있는 사람이야.
어제 하루 같은 경우, 내 방과 화장실 오간 것 빼고는
움직이지도 않지.
너무 제멋대로 아니냐고? 무책임하다고?
야, 여기엔 나도 나름대로 사정은 있다고.
물어본다고 다 대답해줄 수는 없지만...
아무튼.
이 집은 내 부모님의 아파트고, 1년 반 동안 방구석에만 있는
아들과 부모는 사이가 좋을리 없잖아?
초기에도 엄청 크게 몇번 부딪쳐서
난리난리 아주 개난리였긴 한데
어쨌든 그 뒤론 좀 잠잠해져 있었거든?
그런데 오늘 또 부모님 뚜껑이 열려버렸네.
내가 하는 컴퓨터의 게임 화면을 보고서는
내가 그냥 아무 생각없이 놀고 있는 거고,
그런걸로 벌어봐야 한달 20만원이라면 그건 미래가 없는 거다,
너랑 얘기할 때마다 너는 나랑 정치 게임을 하려고 든다,
당장 방빼라고 하면 넌 어쩔거냐?
뭐 이렇게 쏟아내더라고.
로아로 어떻게 좀 해볼 수 있으려나 그런 생각이었는데,
상황이 드럽게 됐지.
응? 사실 하려는게 부모 뒷담 대놓고 까는 거냐고?
아냐, 아냐. 나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단 말이야.
그 속에 내 부모에 대한 뒷담을 끼워넣을 수 있다면 뭐...
아무튼 있더라도 그쪽이 목적은 아니라고!
오늘은 이걸로 줄일게.
준비한 것도 없고, 그렇다고 또 지어내긴 싫어서 말야.
담에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