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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롤드컵 4강! 담원 vs T1

Aidalove8 2021. 10. 31. 10:34

옛날 SKT락스전이 떠올랐다. 우승을 놓고 경합하는 강팀을 상대로 조커픽을 들고 들어가서

1경기 지고 2, 3경기 그 조커픽을 꺼내 승리하고, 하지만 결국에는 지는..

그때 ROX를 꺾고 우승했던 건 SKT였는데, 그때는 미스포춘이었는데,

지금은 ROX 포지션에 T1이, 미스포춘 대신 야스오와 질리언이 있었다.

 

근데 그때는 스토리텔링도 있지만 애쉬의 신들린 화살플레이도 있었고,

탑미드서폿의 3인갱을 살아나가는 페이커도 있었고...

이래저래 기억에 남는 장면이 꽤 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화려한 플레이는 없었던거 같다.

601 르블랑이었나... 라이즈는 041이었고...

그냥 압살해버리고, 그냥 무기력하게 짤리고.

이젠 그저 피지컬 게임은 아닌거니까라고 하기엔 좀 아쉽다.

 

T1은 페이커 브랜드로 꾸린, 그저 많은 게임단 조직 중 하나가 되어버린 것 같다.

T1이 Top1인가? 진짜 Top1은 언젠가 페이커의 전설을 잡고 올라설 그 선수지,

페이커 게임단 선수는 아닐텐데.

 

음... 롤드컵을 보는건 결국은 내가 나이먹었다는걸 확인하는 일인가 싶기도 하다.

롤이라는 게임이 엄청난 유명세를 얻는것 이전에 거기까지 가기전 단계의 게임들도

직접 해봤고, 롤이 이스포츠화되는 과정도 봤고, 아이콘이었던 페이커의 등장과 성장도 봤고...

 

영원한 건 없지. 페이커가 역대 최고 미드라고 역체미역체미하지만,

진짜 가장 빛나던 그 순간 롤과 롤 리그를 순수하게 좋아하고 빠져있던 사람이라면

그런 말조차 반갑지는 않지.

펠레가 역대 최고의 축구선수라고 역체축역체축해봐야,

그만큼 나이먹고 흘러간 전설일 뿐이라는 거밖에 더 되겠어.

 

한때 마이클 조던과도 비교했지만.. 이제보면 스포츠의 총체적인 역사의 흐름 속에서

페이커의 자리도 작지는 않지만, 정말로 스포츠 역사 속에는 대단한 거인들이

수없이 많이 잠들어 있다는 걸 오히려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내가 더 욕심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현실의 삶에서 아쉬움을 느끼는 걸 반대급부로

내가 좋아하는 게임, 애착이 있는 리그의 스타가 조금 더 대단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도 같다.

사실 페이커가 이만큼 이룬 것도 대단한데, 그보다 더 많이 이루고 더 많이 가졌으면 하고..

그리고 약간의 허상도. 정말 페이커가 내가 생각하는 사람인가? 그런 것도 아니고.

 

지금도 롤드컵을 굳이 보는 것을 롤에 대한 나의 애착이라고 한다면,

이제는 페이커가 잘 퇴장하기만을 바랄 뿐이고..

담원이 T1의 왕위를 승계하는 것은 흥미진진한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롤에 보다 근본적이고 대대적인 패치가 더 많이 이루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LCK, LPL이 통치하는 LOL은 이미 많이 봤다.

아무리 잘해도 매번 우세한 쪽이 우세하면 그냥 보기만 하는 입장에선 지겨워..

LJL, VCS가 훨씬 잘할 수 있는 시대가 LOL에 어서 찾아오기를,

LEC, LCS가 2~3년 연속 집권하는 시대가 LOL이 지기 전에 찾아오기를,

PCS로 강등편입되어버린 옛 강호 LMS가 제 위상을 되찾아 다시한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일도 있기를,

기대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