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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후기

Aidalove8 2021. 10. 1. 18:25

0. 흡입력

엄청나게 몰입해서 봤다. 1화부터 9화까지 논스톱으로 정주행했다.

분명 몇시간 전에 그때부터 내 방에서 계속 있었는데

마치 어느 섬에 들어가서 수많은 사람들이 오징어게임에 참가해

결말에 도달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여행을 하고 다시 돌아온 것 같다.

 

1. 빈틈

정말 잘 만든 드라마인데, 정말 많은 빈틈을 느꼈다.

그리고 느꼈다. 아, 진짜 잘 만든 드라마는 빈틈을 진짜 잘 사용하는구나.

내 머리가 자동적으로 채우는 빈틈이 많은 드라마는 몰입하면서도

오히려 힘들지 않고 몰입해있는 시간 동안 자유롭게 감상했다고 생각하게 되는구나.

나중에 게임을 만들든 영상을 만들든, 이걸 정말로 잘 활용해야하겠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2. 애착 캐릭터

여러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좋아한 캐릭터가 둘 있다. 하나는 지영인지 지연인지 하는 친구고 하나는 강새벽.

지영이 삶을 살아야하는 이유를 찾지 못한 타이밍에 게임참가를 하게 되어서

스스로 포기하고 새벽에게 턴 혹은 키를 넘기는 장면이 이해도 가고 공감도 되었다.

강새벽은 젊은 여자 조직원 캐릭터 이미지를 연상해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그게 괜찮은 것 같아서

그런 발견도 즐거웠다.

 

3. 기승전결

소재는 식상할 정도로 오래 쌓인 장르 내에서 특별한 혁신 없는 드라마였다.

이를테면 1화를 보자마자 이 드라마 이전에 있었던 관련 장르의 흡사한 내용의 작품명이 3개 이상 떠올랐다.

한국적인 놀이를 넣는 것은 전에 없던 시도겠지만, 한국인인 내 입장에서야 신선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무섭도록 기승전결이 정교했던 것 같다.

막히지 않는 흐름을 위해 뺄건 빼고 더할건 더하는 과정이 로봇처럼 섬세했다는 느낌이고,

이런 장르의 결말은 대개 용두사미식이 되기 쉽다. 어차피 재미있는 부분이 재미있고 곁가지는 곁가지가 되는데,

극단적인 재미를 주는만큼 곁가지가 극단성을 보완하자니 늘어지고 대충하면 엄청 허술해져버린다.

근데 오징어게임은 마지막까지 끝내기를 로봇처럼, 교과서처럼 섬세하고 규칙적으로 처리해냈다.

기획부터 그걸 놓지 않고 통제력을 잃지 않고 완성했다는 건데, 대단하다.

 

4. 영감

창작물의 요체는 결국 그거 같다. 사람이 창작물을 보는 이유는 결국 영감을 주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삶에 들어있는 자신의 이야기를 창작물을 보면서 자연스레 돌아보게되고,

다시 창작물의 내용을 들여다보게되고, 그러면서 자기 자신만을 축으로 삼아서는 상상할 수 없는 세상을

창작물을 지렛대 삼아 상상해보게하고 생각하게 한다.

이 점에 있어서 오징어게임은 너무 좋았다.

처음에는 사실 사람들의 평가를 보고 나는 어느 영화가 내게 재미있는지 없는지

거의 확신에 가깝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내겐 안맞다고 확신을 했었다.

그런데 그 확신만큼 반대로 된 것 같다.

여러가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고,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표현하려는 것,

오징어게임 기반 위에 펼쳐보면 어떤 모습이 될까 상상도 해보고...

정말 괜찮았다. 여러가지로 생각을 뻗어나가보는데, 오징어게임은 불편함이 없다.

그렇게 영감을 준다는 면에서도 정말 빼어난 드라마였던 거 같다.

 

 

 

https://noonoo.tv/drama/2289

 

오징어 게임 1화 다시보기

빚에 쫓기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서바이벌 게임에 뛰어든다. 거액의 상금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하지만 모두 승자가 될 순 없는 법. 탈락하는 이들은 치명적인 결과를 각오해야 한다.

noonoo.tv

아.. 참. 그런데 다시 보고싶을만한 드라마인가?

그렇게 물으면 그건 아닌거 같다. 캐릭터를 뜯어본다든지, 그런 이유로 장면을 다시 찾아볼 것 같다, 나는.

하지만 한번 보는 것으로 완결되었다는 느낌이다. 몇번 더 보기보단..

차라리 다른 것들을 보는게 무엇을 위해서든 더 나을 거 같다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