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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RPG

Aidalove8 2021. 8. 14. 16:57

1

테이블 위에서 상상력을 펼치는 옛날의 오프라인 RPG가 어떻게 지금은

소설로, 애니메이션, 영화, 게임으로 엄청나게 많은 갈래와 장르를

만들어내면서 자손을 퍼뜨릴 수 있었을까.

RPG는 무슨 매력이 있었던 걸까.

 

룰북, 마스터 그리고 플레이어.

하고싶은 경험을 해볼 수 있다.

경험이 생기는 원리를 3가지의 구성요소로 구분해서.

 

세계와 그 세계가 작동하는 규칙,

그것을 대변하고 사건을 이끌어나가는 마스터와

그 세계 안의 인물로 분해 생각하고 표현하고 행동하는 플레이어.

 

경험의 관점에서 게임의 장점은 명확하다.

 

글이든 그림이든 영상이든 그런 매체들이 주는 경험은 철저히 일방향적이다.

그것들이 주는 자극에 내가 무엇을 느끼든 무엇을 상상하든 어떻게 반응하든

자유지만 그것이 내게 자극을 주는 그것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없다.

대신, 요구하는 것은 오직 몰입뿐인다. 현실의 네가 무엇을 할 수 있든 없든,

자신을 그 세계에 이입할 수만 있다면 그 속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건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현실 세계의 경험은 두번이 없고 한번 행동한 것에 대해서 무조건 책임을 져야 한다.

어떤 경험에 대해서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상상하고 어떻게 반응하든

자유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지만, 무엇을 하든 현실의 무언가를 변형시키고

그게 만약 사람들 간의 규칙에 안맞다면 위반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 하고,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선택해볼 수 있는 기회는 없다.

또, 모든 것이 남는다. 실패도 성공도 경험이 되고 뭔가를 다시 함에 있어서

현실의 경험은 너를 절대로 아무 베이스도 없는 처음으로 돌려보내지 않는다.

 

게임은 그 중간에 위치해 있다. 게임이 시작되면 너는 다른 세계로 빨려들어가고

어떤 세계의 어떤 인물로 분해 생각하고 표현하고 행동한다.

네가 처한 상황 속에서 네가 잘만 한다면 너의 반응으로 그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고

게임이 지속되는 동안에는 모든 것이 쌓이지만 게임이 끝나면 쌓인 모든 것은 사라진다.

하지만 언제든 다시 시작한다면 같은 상황 속에서 전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너는 마스터로서 사건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이끌어나갈 능력이 있는가?

너는 플레이어로서 주어진 제약을 수용하고 그 규칙 안에서 최선을 다해 이야기를 쫓아나갈 능력이 있는가?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네가 스스로에게 아주 매력적이고 완전한 세상을 하나 디자인할 수 있다면,

너는 네가 필요한 경험을 하기 위한 모든 재료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

이상적인 세계란 뭘까?

만들어진 세계는 언제나 현실 세계를 넘어설 수 없다.

간단하게 나의 상상은 언제나 현실의 일부에 포함되어 있고

내 상상이 현실 전부를 뒤덮고 추가적으로 확장되어 나간다고 해도,

현실과 완전히 일치할 수 있을 뿐 초월할수는 없다.

 

내가 만든 세계를 남에게 보여주는 걸 목적으로 한다면

마치 현실을 초월한 완벽함이 있는 것처럼 보여줄 수 있다.

물론 사실은 다만 내가 내 세계로 초대한 사람이 내가 아는 세상보다 작은 세상에 살면서

예외적인 경험이 전혀 없을 때 착각을 일으키도록 유도하는 것뿐이다.

 

그럼 내 세계를 나에게 보여준다고 할때,

내가 만들었음에도 매력적이고 만족할 수 있으려면

현실의 모습 그대로를 구현하려고 노력하면 된다.

그게 힘들면 그냥 현실에서 일어난 사건의 보이는 모습 그대로를 묘사하면 그만이다.

중요한 건, 내가 뭔가 목적이 있어서 현실을 비틀 때마다

내가 의도적으로 비튼 그 무엇 때문에 내가 만든 세계가 현실의 모습을 잃어가고

그만큼 세계 자체의 매력과 잠재력이 소실되어갈 것이라는 점이다.

 

 

3

마스터로서의 능력이란 건 뭔가?

 

 

 

*---

 

근데 왜 난 완벽한 균형 속에서 편안함을 느낀다고 생각하지?

한편 또 그때는 새로운 구상을 하면서도 편안함을 느꼈던거 같은데.

이 과정은 혼란스러운 구석이 있군.